그림 속 동물은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매개체. 세상과 연결되어 교류하고 싶은 작가의 잠재된 의식은 캔버스에 채색된 동물의 표정, 몸짓, 행동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이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작업이 쌓여 작품으로 완성됐다.
그림 속 각기 다른 강아지의 모습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분명 뭔가 숨겨진 의도가 있을 법한데 묘한 감정이 솟구친다. 그림은 작가의 성품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살아오면서 느꼈던 사회적 현상, 개인적 일상을 작품의 모티브로 활용하면서 작가의 철학과 사상을 고스란히 담았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작품을 설명했지만 바르고 확고한 작가의 정신은 분신과 같은 그림으로 남아 세상 밖으로 나왔다.
화가에 있어 그림은 언어다. 이예기 작가는 “동물을 통한 본질적 이야기 표현은 잘 그릴 자신도 있었고 재미도 좋았다”며 “순수한 동물의 눈빛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 투영돼 객관적이고 관조적인 시각으로 보고자 하는 노력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마치 그림일기처럼 하루하루 느낀 생각을 동물에 감정이입을 시켜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기를 원한다. 누군가를 앞에 앉히고 담소를 나누듯 그림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가득하다.
작품명 ‘너에게 했던 마지막 말은’. ‘너 자신을 알라’, ‘믿음직한 사람’, ‘모래속의 진주’ 등 다양한 강아지들의 작품 속 행동은 말하고 싶지만 속 시원하게 내뱉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을 대변이라도 하듯 적극적이다. 사람의 표정처럼 기쁘게, 애처롭게, 슬프게, 힘차게 등 수 많은 감정처리가 강아지의 얼굴을 통해 세상에 던져졌다.
그림 속 동물의 아우성은 작가 개인이 하고 싶은 말이며, 함께 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녹아든 이예기 작가의 그림 속으로 동화되어 이야기 나누다 보면 휴식과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동물의 눈으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이예기 작가의 개인전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의 송미영갤러리에서 5월17일(목)~5월31일(목)까지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