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이희영 씨의 그림에는 대부분 동물이 등장한다. 인간과 삶을 같이 하는 반려동물부터 벌, 새, 나비, 등과 같이 다른 개채와의 조합으로 작품이 구성돼 있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인간과 동물 사이의 공존을 이야기 한다. 서로 다른 개채가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코믹하고 익살스럽게 표현한 공생주의 작품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정물화, 인물화를 주로 그렸어요. 대학 졸업 후 미국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한 것이 순수한 동물의 표정과 본심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지요. 인간의 이기심으로 동물은 유희적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버림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동물의 원초적이고 순수한 마음을 인간이 오히려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품 속 소재로 자연스럽게 등장하게 된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처럼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면 무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며 또한 “작품 활동은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상쇄시키고, 관람객과 소통의 장이 되는 개인 전시를 기획할 때면 모든 열정을 쏟아야 하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한다.
6년간의 미국 유학생활 동안 혼자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느끼고 보았던 경험들은 그녀의 삶에 많은 자양분이 되었다. 특히 미국의 한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가족의 일원으로 다가와 주었던 ‘반려견과 반려묘’는 그녀가 외롭고 힘들 때마다 즐거움의 활력소가 되어 주었고 어느 순간 작품의 주제가 되었다고 회상했다.
그들을 보면서 “동물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아니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좀 더 깊은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졌다는 그녀.
“반려동물은 자신의 어리석음과 허무함, 이기적 속성을 알게 해주는 숭배와 성찰의 대상이었으며 인간의 인식 저 너머에 있는 동물만의 고유한 세계를 알고 싶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했다”는 그녀는 동물을 글과 작품으로 표현해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독립적인 종’으로 ‘동등한 배려’를 유도하려한다.
이희영 작가는 “동물이라는 대상을 통해 그들의 아름다움 즉 인간을 향한 무한한 헌신, 인간과 달리 가식적이지 않은 순수 그 자체로 발현되는 표정 등을 함께 인식하고 그 ‘아름다움’이라는 말 이면에 숨겨진 우리 인간의 다른 ‘이기적인 행동’으로 고통 받는 동물에 대해 인식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로 종이 다른 ‘개체’ 조화롭게 표현
시각적 연출 넘어 친근감마저 들게 해
인터뷰를 하면서 보게 된 이희영 작가의 그림은 동물 자체가 가진 본성이 눈빛을 통해 투과 되고 있었다. 벌, 나비, 귀뚜라미 등 곤충은 작품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로 친근감마저 들게 했다.
이희영 작가의 작품 속 곤충은 반려동물인 개, 고양이와 짝을 이루고 있다. 종이 다른 개체를 조화롭게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보기 좋게 자연스럽게 연출이 이루어 졌다. 동물, 자연,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 하는 이희영 작가의 beloved series는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작품을 탄생시켰다.
그녀는 한 가정의 주부로서 또 아이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사랑의 감정을 인간세계의 범위를 넘어서 모든 생물체가 삶의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사람이 다른 생물체 보다 더 특별할 것도 없는 동등한 입장 이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했던 뉴욕에서의 유학 생활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작품의 소재로 등장시켜 그녀만의 그림 세계를 구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개인적인 외로움, 이별, 아픔 등은 반려동물과의 교감으로 치유했으며, 희망의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하는데 도움을 받았답니다. 또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던 동물에 대한 무시, 무관심은 사랑과 공존의 대상으로 바뀌고 캔버스에 새겨진 천진난만 반려동물은 마치 어린아이의 눈빛으로 관람객을 맞이하지요” 그녀는 작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미술에 대한 애정과 동물을 그리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30대 후반의 젊은 작가로서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예술의 세계는 불확실성의 연속으로 걸어가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찌 보면 인생은 담보되지 않는 미래의 시간까지 희망의 끈으로 연결하고 계산하여 긍정의 힘이 지배하는 자신의 세계를 찾아야 좀 더 편안한 삶이 되는 것 인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예술의 길을 걸어도 삶의 원천이 되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캔버스 앞의 자신이 두근거림으로 가득할 때 창작의 힘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을 상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희영 작가는 미술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하며 잠시 미술세계를 떠났었다며 현지에서 건축회사에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 했지만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러움을 느껴 직장생활을 접고 미술을 다시 시작 했다고 한다.
그녀는 “작업실에서 만족해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지금은 다른 길은 생각하지도 않는다”며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처럼 미술은 나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하고 보니 정작 그림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지만, 거짓 없는 순수한 동물이야기는 이희영 작가의 작품 모티브가 되어 작품을 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6년~7년 전부터 다시 그림을 시작하면서 작품 활동은 자신의 인생과 분리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창작에 열정을 쏟고 있다. 작품명 beloved series, utopia series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