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리 작가가 그림 속에 투영하고 있는 주제는 바로 사후세계(죽음, 기억, 시간, 차원)이다. 사후세계의 의미란 단순히 생명체가 탄생하고 죽는 것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삶의 미지의 세계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러한 미지의 세계는 미스터리한 불확실성의 추측들을 생각하게하고 인간의 상상력을 전제로 자신만의 믿음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 믿음은 작가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사후세계의 존재와 인간의 기억을 통해 죽음을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영속되는 가설로 관념적인 구상회화의 작업방식으로 표현하게 된다. 생명의 순환원리를 인간의 기억을 매개로 영속되는 삶과 죽음의 순환과정으로 설명하여 생명 순환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인간의 삶에 대한 고찰을 목적으로 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물고기 이미지는 그 자체에 작가의 주관적 해석에 따라 무관하게 표현되며, 그 종류와도 관련이 없다. 전통적인 물고기의 상징성과는 다르게 사후세계를 표현함에 있어서 영적(靈的) 모티브로 등장하고 ‘육신의 생명력과 연관이 있다.
이두리 작가는 “화면에서의 물고기 이미지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있어서 본인의 마음속에 기억으로서 존재하는 누군가의 대상으로 표현된다”며 “이승세계와 저승세계를 자유롭게 아우르는 영적개념의 사신(使神)으로 등장해 형상화되었으며, 사신이란 죽은 영(靈)을 데려가는‘신’으로 ‘저승사자’가 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속 물고기 이미지는 저승사자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작품을 보는 감상자를 비롯해 우리 삶속에서 누구나 거쳐 가야 할 죽음을 암시하면서 작가와 감상자 둘 다에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유발시키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성찰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물고기 이미지는 영적 이미지로 표현되기도 하고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미래(죽음)의 작가의 자화상이기도 하며 감상자를 비롯한 타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무언가에 대한 믿음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꿈과 소망 같은 이상향이나 간절한 바람을 전제로 생겨난다. 사후존재에 대한 믿음, 사후세계로 넘어가는 의식,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인간의 마음속에 고정적으로 자리 잡은 기본적인 요소이다.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은 유동적이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어떤 모습의 것이든 사후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문화는 없었으며. 오늘날 사람들은 개인의 정체성이 육체를 벗어날 수 있다고 추정하는 영혼이나 영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두리 작가는 3월부터 시작되는 제3회 개인전 개최를 통해 사후세계 안에서 파생되는 주제인 ‘천국’에 관한 새로운 작품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두리 작가: skylee8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