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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塘 鄭榮采 草書展
  • 이용진 기자 이용진 기자
  • 등록 2016-04-26 13:08:49
  • 수정 2016-04-26 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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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12. 9 ~ 12. 15 한벽원 미술관

원로 서예가 운당 정영채 선생이 ‘초서전’을 개최하였다. 애초에는 지난 해 봄으로 계획하였으나 메르스 사태로 인하여 12월로 연기하여 열린 전시회이다. 이 전시회는 정통 ‘현완법(懸腕法)’으로 작품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완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운당 선생은 “글씨는 규범이 있어서 집필법이 있고, 운필법이 있으며, 문자를 대상으로 현완법으로 획을 그어서 구현하는 것을 글씨를 쓴다고 한 것이다.”라는 스승이신 고당(顧堂) 김규태(金奎泰) 선생의 가르침을 인용하여 현완법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현완법이란 무엇인가? 운당 선생의 논고 「현완법의 올바른 자세」를 바탕으로 크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완법은 직경 1촌(寸) 이상의 글씨를 쓸 때는 현완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인데, 팔꿈치를 치켜 올려 팔뚝이 수평이 되게 하고, 손바닥을 세워 붓을 잡는 자세이다. 나아가 올바른 집필법을 알아야 하는데, 오지집필법(五指執筆法)으로 붓대를 잡되 엄지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을 중심으로 힘 있게 잡아야 한다.


올바른 집필 자세가 된 후에 붓을 용이하게 운필할 수 있는 법을 익혀야 한다. 현완의 자세에서 붓대(筆管)를 수직으로 세워 손바닥을 비우며 만호제력(萬毫齊力)으로 글씨를 쓰는 자세가 현완법이다. 이러한 원리를 정확하게 기술하여 전해주는 내용이 바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추사 필결(秋史 筆訣)>이다.

원당 선생은 작품집에 「현완법의올바른 자세」 논고, <추사집필법>과 <추사 필결>은 물론, 현완법 쓰는 모습을 사진으로 수록하여 현완법의 이해를 도왔다. 그렇다면 왜 현완법이 중요한가 많은 서예가들이 현완법으로 쓴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거수(擧手)로 주로 쓰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고 한다.

원당 선생은 “거수는 붓 잡은 손을 앞 방향으로 뻗어 팔꿈치를 들어 쓰는 자세이다. 이를 중국에서는 제완(提腕)이라고 하나, 개념에 차이가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동아시아에서 유행하는 자세는 바로 이 거수로 쓰는 자세이다. 그러나 경복궁의 근정전(勤政殿), 숭례문
(崇禮門)의 현액은 현완법이 아니고서는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현완법을 깨닫지 못하면 “경건(勁健)·원쾌(圓快)하고 기운이 생동한 획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 원당 선생의 주장이다.

원당 선생은 현완법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누구에게나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에 논고와 추사 선생의 필결까지 수록하였다고 하면서 이는 “옳고 그름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것도 아니고, 논쟁하려고 함도 아니다.

앞으로 자라나는 후학들에게 나아가 오늘날 한국 서예계의 발전을 위해 정통서법인 현완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하였다.

현완법으로 쓴 선생의 초서작품들은 한마디로 거침이 없다. 붓끝에서 나온 근골의 경건(勁健)한 획과 혈육(血肉)의 아윤(雅潤)한 먹빛이 조화를 이룬다.

선생은 평소 강마(講磨)해온 태세(太細) 강약(强弱), 장단(長短) 광협(廣狹), 언앙(偃仰) 향배(向背), 일추(一推) 일만(一挽), 삼과절필(三過折筆)의 실기를 작품으로 선보였다.

농담(濃淡)의 변화가 무쌍하고, 느리게 나아가거나 꺾어 멈추었다 나아가는 운필 속에 비백(飛白)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속도감이 어우러진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힘찬 기세는 작품에 긴장감을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도 막힘이 없는 운필은 힘찬 운율미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작 <愛日箴 - 默隱은 李會明>(240×70cm)은 군무를 연상시킨다.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힘찬 율동의 필가(筆歌)요 묵무(墨舞)이다. 기(氣)의 원동력과 흐름이 막힘없이 흐르는 그야말로 일필서(一筆書)이다.

운당 선생이 현완법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은 “글씨를 쓴다고 하는 것은 전신(全身) 정력(精力)의 힘이 붓 끝에 도달하여야 획을 그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깨와 팔뚝을 이용하여 현완법을 하지 않으면 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당 선생은 가학(家學)으로 천자문을 배우면서 붓을 잡았고, 선사(先師) 고당 김규태 선생은 물론, 유당(惟堂) 정현복(鄭鉉輻) 선생, 차동(車洞) 서당의 민병하(閔丙夏) 훈장, 효당(曉堂) 김문옥(金文鈺) 선생 등의 가르침으로 운당 선생의 오늘날이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전시회를 앞두고 운당 선생은 “후학들에게 현완법을 가르칠 수 있게 되어 보람을 만끽한다”고 감회를 밝혔다. 운당 선생의 이번 초서전은 서법예술 70여 년의 집대성이자 현완법을 보다 널리 전수하고자 하는 뜻이 함께 담긴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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